쉼터/주절주절이야기

산소만을 얻기 위해 숨을 쉬는 것이 아닙니다(좋은 생각)

엔사이드 기자 블로그 2010. 6. 7. 10:12

배[梨]에 맞아 상처 난 머리

 

 

옛날 머리에 털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이 배[梨]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두 세 번을 치니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그는 가만히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힘을 믿어 교만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다.

그는 내 머리에 털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어리석은데 왜 그를 어리석다고 하느냐. 네가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맞으며 또 머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왜 피할 줄 모르는가."

 

비구도 그와 같다.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지혜를 닦지 않고

오직 위엄만 갖추고 이익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고도 피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또한 머리에 상처를 입고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

 

- 백유경(百喩經) -

-----------------------------------------------------------------

 

남의 허물은 잘 보이는데 자신의 과오는 보지 못합니다.

 

어리석음은 잘 지적하고 충고도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과오는 자신이 어리석어 그런 것이

아니라 남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으로 여깁니다.

남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준다고 지혜를 열심히 설명하고 열변을 토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상대를 안타까워하며 스스로 교만을 세우지만 정작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량한 알음아리로 합리화시켜 덮어버리려는 비겁함을 인정하지 않는

자만심입니다.

 

남에게 열 마디 할 때는 최소한 자신에게는 한 마디 정도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빛깔을 볼 때는 색에, 말을 할 때는 소리에 머물고 냄새를 맏을 때는 향기에, 맛을 볼 때는 혀에 머물러 있으며 생각을 할 때는 의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것은 마음에 중심이 잡혀 있지 못해서 그러한 것입니다. 마음이란 원래 종잡을 수 없고 바람과 같이 흩날리고 원숭이처럼 날뛰기를 좋아하기에 좀처럼 잡아놓기가 힘들지만

한 곳으로 모을 수는 있습니다. 마치 허공에 가득한 햇빛을 오목렌즈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마음도 화두나 염불 등을 통해서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이렇게 한 곳으로 모을 수만 있으면 육근(안,이,비,설,신)에 마실나간 마음을 잘 관리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중심점이 없는 마음은 그 기준점이 없기에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

거기에 모든 것이 팔려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중심점, 기준이 있는 사람은 그 기준과 그 외의 마음들의 움직임으로 구분 되기에 마음을 알아차리고 관리 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항상 마음이 중심이 잡혀, 기준점이 있는 상태에서

눈으로부터 탐스러운 물건을 봤을 시에 기준점의 마음과 그 물건에 반응한, 물건에 집착한

마음 이렇게 두 마음이 형성되어 최소한 두 마음을 비교하고 판단하게 하는 여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준점이 없는, 구심력이 없는 마음은 물건을 보는 즉시 마음이 집착하여 업연만

일어나 그 마음 놀음에 정신이 없지만 구심력, 중심점이 있는 마음은 알아차림,

깨어있음이 이있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게 됩니다.

마음에 중심을 잡고 구심력을 형성시키기 위한 쉬운 방법 중에 자신의 호흡에 들고 남에

집중하는 것이 있습니다.

 

마음도 들고 납니다.

수시로 드러왔다 나가고 또 일어났다 사라지고 수도 없이 반복합니다.

호흡은 외부의 공기와 내부의 공기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외부의 공기에는 수많은 에너지와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단순히 산소만을 얻기 위해 숨을 쉬는 것이 아닙니다. 공기안의 에너지, 마음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흡을 통해 마음이 들고 납니다. 그 공기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공기가 흐를 때는 흔적이 있습니다. 코끝의 느낌이나 가슴의 움직임, 아랫배의 움직임 등,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움직임을 몸의 변화나 느낌을 감각을 통해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익숙해졌을 때 미세한 의식의 움직임까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空)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이 됩니다.

 

남이 어리석다고 말하고 싶을 때는 자신에게 먼저 말하십시오.

그러면 최소한 머리는 깨지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