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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

엔사이드 기자 블로그 2017. 9. 10. 10:55
점점 더 극단의 시대, 혐오의 시대가 되어갑니다.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또래 친구에게 맞았다는 사실이 SNS에 게재되었고, 충격적이게도 그러한 일이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2일에는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집회가 미국에서 열려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난민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고치에 달하며, 유럽에서는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자행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히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탓인지 '희망하지 않는 인간'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희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을 어떻게 희망해야 하는 것일까요? <인디고잉> 56호 "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에서는 인간이기에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먹고 입고, 무엇을 보고 듣고 또 말해야 할까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세계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인간이 세계를 바꾸는 용기를 내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호 표지의 주인공이자 세계시민으로서 정의를 외쳤던 레이첼 코리의 삶을 담은 『내 이름은 레이첼 코리』를 읽고 그녀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 하고 이어가야 하는 정신이 무엇일지 함께 토론한 "레이첼 코리를 기억하며", 그리고 그녀의 죽음 이후 재단을 만들어 전 세계에 평화와 정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님 신디 코리Cindy Corrie와 크레이그 코리Craig Corrie가 인디고 서원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전한 강연록 "모든 인간의 존엄을 위한 용기", "그들은 우리이고, 우리가 곧 그들입니다"가 특집으로 실렸습니다. 또한 읽는 것과 쓰는 것으로 자기 삶과 이 세계를 고찰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읽은 청소년이 결심하게 된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한 "당신은 어떤 인간입니까?"와 '먹다'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행위로 바라본 이 세계 그늘진 곳과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먹는 인간』을 읽고 보편적인 인간의 행위를 통해 삶의 진실을 찾아본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기사도 실렸습니다. 시민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뜨겁게 외치는 『시민교육이 희망이다』를 읽고 저자 장은주 선생님과 대담한 내용을 "존엄한 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으로 담기도 하였습니다.

<인디고잉> 청소년들은 이런 세상일수록 희망을 멈추지 않는 것이 민주시민의 의무라 말합니다. 민주시민이란 이 세계가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이길 염원하고 실천하는 평범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꿈을 지키는 것, 그를 희망의 가능성으로 바꾸는 것이 교육의 역할입니다. <인디고잉> 56호에 담긴 목소리가 여러분께 가닿아 함께 극단의 시대를 멈추고 희망의 시대를 열어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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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칼럼

희망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양서영(17세)



누구에게나 뚜렷한 꿈 하나도 가질 수 없는 어둡고 절망스러운 시기가 있다. 나는 14살 때 그랬는데, 당시 내 장래희망은 의사였다. 세계 에이즈 환자 수를 줄인다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과 같은 부연 설명을 붙인 의사.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가족들은 집안의 장녀였던 나에게 의사가 되라고 말했고,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따랐다. 그렇게 어느 순간 정해진 꿈을 향해 살던 나는, 햇빛이 눈부시던 점심시간 학교 도서관에서 레이첼 코리를 만났다. 다른 책보다 유난히 해진 『내 이름은 레이첼 코리』는 평소라면 분명 지나쳤을 책이었음에도 운명처럼 그 책을 뽑아 들었고,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레이첼 코리를 만난 뒤부터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고 싶어졌다. 내 삶이 소외된 이를 위한 것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녀처럼 살고 싶었다. 결국, 나는 의사 대신 NGO 활동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꿈에 더해 16살 여름, 난민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알게 된 후로는 세상의 난민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다.

레이첼 코리는 미국 올림피아에서 태어난 인권 운동가이다. 그는 23살에 '국제연대운동The International Solidarity Movement'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간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의 집을 철거하려는 이스라엘군 불도저를 막는 도중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여서 가자지구에 간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에게 쓰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도록 그냥 놔두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지, 마음이 너무 아파요.

- 레이첼 코리, 『내 이름은 레이첼 코리』 중에서

그녀는 인류를 사랑했던 세계시민이었기에 가자지구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늘 프랑스 휴가지와 가자지구 상황을 비교하며, 이곳 아이들이 평화로운 다른 세상에 대해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의문을 가지며 죄책감을 느꼈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대한 책임을 지니며 살아가던 그녀는 꼭 가자지구가 아니라도 어디든 갔을 것이다.

레이첼 코리를 만난 후 나는 내게 자주 묻곤 했다. 나는 과연 레이첼 코리와 같은 용기가 있나, 하고. 야간자율학습 감독 선생님이 자습실에서 비속어를 섞어 가며 머리를 숙이라고 소리쳤을 때, 나는 그것이 옳지 못한 명령이었다며 용기 내어 말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생활기록부에 '대학이 싫어하는 말'이 적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비열하게도 1학년 190명과 함께 침묵을 택했다. 순간,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될까 무서웠다. 내 이익만 우선시하곤 겁먹어 도망칠 것 같아 싫었다.

나는 이러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내 신념을 실천하는 데 있어 자유를 누리고 싶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한 내 판단을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변화를 일구어나가는 개인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이며, 인간상이다.

그러므로 나는 희망하는 인간인 동시에 생각하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되새기는 생각하는 인간과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리라 믿는 희망하는 인간 말이다. 그러한 인간으로서 지니는 신념과 의지가 두려움을 넘어설 때, 마침내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 때 변화는 시작된다.

극단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 세상에 많은 '인간'이 있다. 희망을 잃기 너무나도 쉬운 시대를 살아간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집회가 미국에서 열려 3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난민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최고치에 달하며, 유럽에서는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갈수록 허탈감에 익숙해진다. 그런 탓인지 '희망하지 않는 인간'은 늘어가는 것만 같다. 이런 세상일수록 희망을 멈추지 않는 일은 우리, 민주시민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나는 끝까지 희망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겠다. 모든 사람을 위해 살겠다.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매 순간 내 앞에 놓인 문제점을 하나씩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나는 다시 한번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세상은 어떤 인간을 필요로 하는가. 지금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